입고리스트 Sale & Used 예약음반 추천음악감상 신용카드 무이자

입금계좌안내
등급안내

상품코드: 1395528

Vashti Bunyan / Heartleap

  • 가격
  • 13,400원
  • 적립금
  • 134원
  • 수량
  • Artist
  • Title
  • Heartleap  
  • Genres
  • Styles
  • Origin Country
  • 한국 
  • Label
  • Format
  • 1CD 
  • Release Date
  • 2016-02-03 
상품상세설명 Product Infomation

브리티시 포크의 보물, 바시티 버니언(Vashti Bunyan)의 순수한 열정,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채워진 풍요로운 마음의 정경 [Heartleap]

 

1. Across The Water
2. Holy Smoke
3. Mother
4. Jellyfish
5. Shell
6. The Boy
7. Gunpowder
8. Blue Shed
9. Here
10. Heartleap

 

시대가 급변해도 바시티 버니언(Vashti Bunyan)은 항상 특별한 존재였다. 첫 앨범을 발표했을 당시 세상으로부터 잊혀졌고, 이후 수십 년이 지난 90년대에는 컬렉터들의 표적이 되었으며, 2000년대 무렵 프릭-포크(Freak-Fork), 혹은 네오-포크 무브먼트가 확산되어 갈 즈음에는 그것들과 함께 분류됐다. 새로운 시대가 그녀의 오래된 작품에 호응한 것인지, 혹은 그녀의 작품이 이후 세대의 음악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상황은 바뀌었지만 정작 그녀의 음악 자체는 70년대나 2000년대나 큰 변화가 없었다.

 

말로써 쉽게 형용할 수 없는 투명한 노래들을 바시티 버니언은 만들고 불러왔다. 굳이 목소리 톤의 유사점을 찾는다면 셜리 콜린스(Shirley Collins), 혹은 샌디 데니(Sandy Denny) 정도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바시티 버니언은 스스로를 포크 가수라고 말하지 않았다. 데뷔 시절에는 앤드류 룩 올드햄(Andrew Loog Oldham)에게 발탁되어 팝 가수로서의 포지셔닝을 해나갔다. 그리고는 마치 마리안느 페이스풀(Marianne Faithfull)처럼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에게 노래를 받아 데뷔 싱글을 발표했다. A면에는 롤링 스톤즈가 작곡해준 'Some Things Just Stick in Your Mind'이, 그리고 B면에는 스스로가 작곡한 'I Want To Be Alone'이 수록됐다. 

 

하지만 뮤직 비즈니스 자체에 환멸을 느끼면서 홀연히 자신의 남자친구와 함께 2년 여의 마차 여행을 떠난다. 여행 도중 곡을 썼고 1970년, 결국 닉 드레이크(Nick Drake), 페어포트 컨벤션(Fairport Convention), 인크레더블 스트링 밴드(The Incredible String Band), 그리고 롤링 스톤즈 등을 다뤄온 프로듀서 조 보이드(Joe Boyd)의 지휘 아래 그 노래들의 레코딩을 진행한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Just Another Diamond Day]는 발표 당시 거의 잊혀지거나 혹은 무시됐다. 일부 미디어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요 정도로 매우 가볍게 여겼고 혹평마저 있었다.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다고 믿어버린 바시티 버니언은 상처받게 되고, 이후 30년 넘게 음악과는 인연이 없는 듯한 삶을 살아간다. 시골에 정착했고 최소한의 것으로 검소한 생활을 해나갔다. 함께 마차 여행을 떠났던 남자 친구와 함께 아이들을 키우면서 큰 기복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상황이 바뀐 것은 90년대 무렵, 바시티 버니언이 인터넷을 이용하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그녀는 자신이 30년 전에 만든 [Just Another Diamond Day]가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레코드의 경우 무려 1000 달러 이상에 거래 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70년대가 개막할 무렵 단 한 장의 앨범을 남기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컬트적 위치에 등극해 있었던 셈이다. 비정상적인 프리미엄이 붙여진 이 데뷔 앨범은 결국 여느 걸작들이 그랬듯 재발매의 순서를 밟는다. 딱딱하고 전통적인 이미지의 '브리티시 포크'와는 다른, 짙은 향수와 친근감으로 채워진 꿈꾸는 듯한 목소리의 조화는 세대를 초월한 수많은 이들을 매혹시켜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세대와 조우했다. 영국 드림 팝 밴드 피아노 매직(Piano Magic)의 2002년도 작품 [Writers Without Homes]에 수록된 'Crown of the Lost', 그리고 애니멀 컬렉티브(Animal Collective)의 EP [Prospect Hummer]에 각각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리고는 애니멀 컬렉티브의 소속 레이블 팻 캣(Fat Cat)과 계약한다-이 계약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다시 음악을 시작하기 이전까지 그녀는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듣지도, 아이들에게 노래를 불러주지도 않았다. 인터뷰에서는 과거 아이들에게 음악적인 교육이나 활동을 전혀 해주지 못한 것들을 후회하고 있다고까지 말했을 정도다.

 

본격적으로 스스로의 작업물을 내놓으려는 바시티 버니언에게 새로운 시대의 뮤지션들이 발 벗고 합류한다. 같은 팻 캣 출신의 현대 음악가 막스 리히터(Max Richter), 그리고 드벤드라 반하트(Devendra Banhart)와 조안나 뉴섬(Joanna Newsom)과의 만남 속에서 탄생한 그녀의 두 번째 앨범 [Lookaftering]이 2005년도에, 그러니까 데뷔작 이후 35년 만에 발표됐다. 변함없이 맑고 순수한 소리들이 앨범에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이는 당시 프릭-포크 무브먼트의 어떤 이정표와도 같은 작품이 됐다. 물론 스스로는 정작 그런 분류 따위에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데뷔작 [Just Another Diamond Day]가 밝은 수채화였다면 [Lookaftering]은 섬세한 터치로 그려진 유화 같았다. 이는 바시티 버니언이 35년 사이 홀로 간직해온 삶의 증류물이다. 처음부터 스스로의 삶을 주제로 결정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연히 그리고 서서히 자신의 삶에 대한 노래들을 만들어 갔다. 때문에 이는 자연스러웠고, 전원적인 소리들,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은 물론 가족에 관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제 성장해서 사회인이 된 아이들 역시 자신의 어머니가 음악과 재회하는 것을 부추겼다. 

 

결국, 이 컴백은 성공적인 평가를 얻어냈고, 다양한 층을 열광시켜냈다. 이 여세를 몰아 후에는 [Some Things Just Stick in Your Mind]라는 타이틀의 1964년부터 1967년도 사이의 데모와 싱글들을 모은 컴필레이션 또한 발매하기에 이른다. 세계 각국을 도는 투어 또한 진행됐다. 앨범이 발매됐을 당시 나는 바시티 버니언의 투어 부킹 관련으로 메일을 작성했던 적이 있는데, 이 할머니가 직접 나에게 투어 매니저와 이야기해보겠다며 답장을 보내줘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Lookaftering]으로부터 또다시 9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났을 무렵, 바시티 버니언의 세 번째 앨범에 관한 소식이 전해졌다. 보도자료에는 여러 가지 사항들이 적혀있었다. 작사, 작곡 및 편곡과 연주는 물론 심지어는 레코딩까지 스스로 해낸 셀프-프로듀스 형태로 완성됐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앨범이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마지막 앨범이 될 것이라는 언급에서 앨범을 듣기 이전부터 왠지 모를 쓸쓸한 기분이 밀려왔다. 사실 [Lookaftering]이 발매됐을 당시에도 이것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새로운 앨범을 완수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일이기는 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Lookaftering]의 연장 선상에 있다는 느낌을 줬다. 앨범 커버 또한 전작에 이어 바시티 버니언의 딸 윈 루이스(Whyn Lewis)의 그림이 사용됐다. 이 [Hart's Leap]라는 제목의 그림은 앨범이 나오기 이전부터 이미 바시티 버니언의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깔아놓았던 그림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이번 앨범의 제목 또한 그림의 제목에서 영감을 받아 살짝 고친 것이었다. 아트웍에 사용된 폰트와 컬러, 심지어는 CD의 알판 디자인까지 이전 작과 같은 컨셉임을 팬들이라면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인터뷰를 보면 [Heartleap]에서 그녀는 [Just Another Diamond Day]보다 더 이전의, 정말 초기 녹음물에 가까운 것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대부분의 것을 해보고 싶었다는데 결국 에딘버러에 위치한 자택에서 홀로 녹음을 감행한다. 아이들이 독립하면서 남겨진 방들을 스튜디오로 개조했다. 무엇보다 혼자 작업하는 만큼 주변 상황에 구애받지 않았고 자신의 속도대로 천천히 진행해갔다. 그녀는 피아노를 한 손으로만 연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여러 테이크로 녹음해 건반 파트를 조립하는 등의 가내수공업을 이어갔다. 이전 작을 작업할 당시 익혔던 몇몇 소프트웨어들을 활용하기도 했는데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그녀 역시 홈 레코딩 같은 컴퓨터 테크놀로지를 옹호하는 입장인 듯하다.

 

과거 바시티 버니언의 모든 앨범들을 함께 편곡하고 작업했던 로버트 커비(Robert Kirby)가 2009년도에 사망하면서 앨범 제작이 일시 정지된 적이 있었다. 그녀가 혼자 앨범을 만들기로 결심한 데에는 이런 이유 또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혼자 녹음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인내하는 자세가 필요했지만 그래도 머릿속에 있는 음악이 스스로의 손에 의해 점차 완수되어가는 과정을 매우 즐겼다고 한다. 그녀가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냈다는 사실은 뭔가 의욕적이라던가 음악가로서의 각오 같은 것이 엿보인다기보다는 더욱 소박한 형태의 소리로써 완성됐다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덕분에 개인적인 성향은 더욱 강해졌다. 설명에 의하면 과거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당시에는 일반적으로 그녀가 노래할 때 녹음실 컨트롤 룸에서 누군가가 이를 듣게 되기 마련인데, 이와는 달리 완전히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 노래를 녹음하는 실험을 했고, 결국 완전히 홀로 불렀을 때의 결과물에 더 만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이는 자신을 너무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굉장히 소중하게 개인적인 부분들을 표현해내고 있다는 기분을 준다. 물론 [Lookaftering]은 위대한 음반이고 훌륭한 음악가들이 참여했지만 [Heartleap]의 경우 더욱 친근한 그녀의 존재를 감지해낼 수 있는 작품이 됐다.

 

[Lookaftering]의 인트로 트랙과 비슷한 리듬/구성의 'Across the Water'가 풍부한 오케스트라 어레인지와 함께 펼쳐진다. 해가 뜰 무렵 잠들어 정오에 일어나 해가 낮아질 무렵 밖에서 배회하는 가사를 담고 있는 곡은 맑은 어쿠스틱 기타의 아르페지오 뒤로 번지는 희미한 목소리가 침착한 황홀함을 전달해낸다. 이전 작에서 함께했던 드벤드라 반하트, 그리고 바시티 버니언과 종종 함께 작업해왔던 베티버(Vetiver)의 앤디 카빅(Andy Cabic)이 목소리를 제공하고 있는 우아한 연약함을 지닌 'Holy Smoke' 역시 인상적이다. 곡에는 닉 드레이크의 트리뷰트 프로젝트 [Nicked Drake]로도 알려진 글래스고의 싱어 송라이터 가레스 딕슨(Gareth Dickson)이 기타 연주를 담당하고 있기도 한데, 그는 최근 바시티 버니언의 투어 멤버로 함께 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로 젊은 뮤지션들과 작업해내고 있는데 스스로의 젊은 시절과 이들을 비교해달라는 인터뷰에서 바시티 버니언은 '그들은 나의 젊은 시절과는 달리 정신적인 힘을 지닌 사람들이라 생각한다'며 겸손하게 대답하기도 했다.

 

차분한 피아노로 전개되는 'Mother'에서는 자신의 어머니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집에 혼자 있다 생각하고 춤을 췄지만, 살짝 열린 문틈으로 그 광경들을 지켜봤노라 노래하고 있다. 과거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름 '바시티'에 대해 처음엔 어머니의 별명으로, 그다음에는 아버지의 요트 이름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자신에게 붙여졌다고 설명했던 적도 있었다. 이 노래의 가사가 적힌 부클릿 왼편에는 그녀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사진이 하나 걸려있기도 하다. [Lookaftering] 앨범에서도 4번 트랙 'Hidden'에서 리코더가 등장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도 4번 트랙 'Jellyfish'에 리코더가 추가됐다. 노래 가사처럼 푸른 바닷속을 해치는 듯 묘한 생명력으로 가득한 반복구가 퍼져나간다. 마찬가지로 바다를 노래하며 미니멀한 반복구로 곡을 이끌어가는 'Shell'의 경우에는 색소폰을 화려하지 않게 활용해내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마치 흔들리는 촛불의 빛처럼 고요하게 흘러가는 'The Boy', 레이어된 어쿠스틱 기타 아르페지오 물결 이후 희뿌연 첼로/바이올린의 아웃트로로 마무리 짓는 'Gunpowder', 그리고 자신만의 헛간을 가지고 싶다며 깨끗한 피아노 반주를 바탕으로 노래하는 'Shed' 같은 트랙에서 그녀의 내성적인 태도가 엿보인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느긋한 자애로움으로 앨범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안개가 자욱한 숲 속으로 편안하게 이끌려 들어가는 듯한 'Here', 마치 옆에서 부드럽게 말을 걸어주고 있는 것 같은 목소리로 일종의 치유 효과를 선사하는 타이틀 트랙 'Heartleap'로 앨범이 종결된다. 쉽게 사라질 것처럼 꺼져가는 목소리임에도 신기하게 오랫동안 귓전에 남겨진다. 

"오래된 친구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걱정은 하지 마, 나는 단지 내가 원하는 만큼 슬퍼하고 있는 것이니." - ‘Holy Smoke’ 中.

 

과거와 비교했을 때 멜로디의 활용, 작법 같은 것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아니, 아무것도 바뀔 필요가 없다. 다만 약간의 인생의 무게가 추가됐을 뿐이다. 그녀가 나이를 먹어가는 만큼 음악을 듣는 이들 역시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중이고, 때문에 이 노래들은 더욱 피부에 와 닿았다. 44년 동안 단 3장의 앨범을 남긴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한데, 이번에도 일관되게 조용한 행복으로 가득한 레코드를 자신의 디스코그라피에 하나 더 추가해내게 됐다.

 

이 가련한 노래들은 지금까지의 앨범들 중 가장 개인적이고 친밀한 감정을 포괄해내고 있다. 이것은 바시티 버니언의 고결한 의지와 노력으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그 무엇보다도 진심을 다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포장하지는 않는다. 대신 가족 또는 친구, 인생과 사랑, 그리고 꿈과 현실의 이야기를 간결하고 정직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목소리에는 부드러운 인품 또한 묻어난다. 보편적인 감정들은 사려 깊게 공명한다. 

 

과거 바시티 버니언의 작품을 들었을 때는 조 보이드라던가 로버트 커비의 편곡, 그리고 탁월한 조력자들에 의한 부분들이 앨범에서 어느 정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대부분을 홀로 작업해낸 본 작을 듣고서야 그것이 의미 없는 행위임을 깨닫게 됐다. [Heartleap]의 경우 화려한 참여진이나 복합적인 연출은 축소된 편이지만 친밀한 멜로디 라인, 그리고 호흡이 여전히 마음에 남겨진다. 만듦새는 지극히 간결하고 노래는 담담하다. 하지만 음반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그녀의 세계관에 휩싸여 버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 특별한 분위기의 노래들을 '개성' 따위의 단어 같은 것으로 표현하는 게 참으로 별로인데 우리는 뭔가 다른 표현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순수한 지상낙원 같은 평온한 공기가 내내 유지된다.

 

이 소박함은 실로 대단하다. 심플하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게끔 유도해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진행되면 될수록 무언가로 완전히 채워져 있음을 서서히 인식하게 된다. 시골에 대한 향수와 순수한 행복감에 충분히 잠기고 싶을 때 이 노래들은 유독 생생하게 다가온다. 노래가 태어날 무렵 나오는 그 순간의 빛이 그대로 병에 담긴 것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 모든 좋은 레코드들이 그렇듯 이 역시 차분히 홀로 오디오를 마주한 채 들어야만 하는 작품이다.

 

현시대에서 금욕적인 예술작품이란 정말로 특별한 것이 됐다. 결국, 바시티 버니언은 홀로 금욕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고 여기에는 어떤 조용한 깨달음 같은 것이 존재한다. 그녀의 음악적 커리어를 두고 누군가는 기구하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연약한 싱어가 내뱉는 한숨은 결코 단순한 체념의 감정은 아니다.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 어딘가에 존재하는 온기가 그녀의 노래 속에 있었다. 어슴푸레한 잔향에 무의식적으로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느린 속도로 빛을 발해가는 걸작이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어린 시절 들었던 자장가 같은 촉감이 남아있다. 조명을 약간 떨어뜨리고 잠들 때 이것을 들으면 정말로 좋다. 초연한 아름다움에서 오는 행복감, 그리고 지나쳐버린 긴 세월을 추적해나갈 때 느끼는 안타까움이 기이하게 일체화되며, 그 모든 감정을 그저 아무 말 없이 살포시 끌어안는다. 이것은 앞으로도 살아가는 동안 계속 듣게 될 음악이다.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서 한없이 그리고 조용히 울리는, 흐린 밤하늘 아래 새벽녘을 기다리는 외로운 노래들이다.  상철(불싸조 facebook.com/bullssazo)

 


 

ARTIST SEARCH |